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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누구에게도 쉽지않다
세상을 살다보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기술중 하나는 바로, 협상입니다. 인생은 항상 예상치 않는 방향대로 가거나,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게 할 수 있는 변수들이 너무나도 많고, 산재해있으며, 이러한 확률을 온전히 피하는 것은 매우 힘든 편입니다.
그래서 보통 이러한 상황적 변수로 얼룩진 상황속에서 지금보다 너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사람들은 종종 협상을 시도합니다. 협상을 하는 것 그 자체는 사실 상당한 부담이 가는 편입니다. 협상을 하는 것은 반드시 끝이 있고, 그 끝에는 협상 주제에 대한 결과가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협상은 곧 담판을 짓는다 라는 의미와 큰 의미를 공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협상을 할때는 모두 최고의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의 배경은 냉전이고, 협상의 목표는 고고도 정찰기의 파일럿 포로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이때 미국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를 교환하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선택된 방안이 바로 민간인 신분의 협상가를 통해 비공식적 포로교환 협상을 하는것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변호사이자 일타 협상가로서 당시 실제 포로를 구출하기 위해 동독, 서독을 동분서주하게 다닌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의 이야기입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톤앤 매너를 유지하기 위한 연출적 수정
이 영화는 그 유명한 냉전을 배경으로, 동독, 서독을 분주하게 오가는 인물의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주인공과 주변인물들 그 누구도 총격에 휘말리지 않습니다. 그 어떤 총격은 오가지 않는 미국과 동독, 서독 사이의 일상속에서의 도노반의 동분서주 이야기입니다. 영화 내에서 유일한 총격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2장면이뿐이고 이 장면들은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 총격씬은 U2 정찰 비행기가 고고도에서 격추되었을 때로, 도노반이 생존한 포로를 맞교환하기 위한 스토리가 펼쳐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이 장면도 사실 아주 절제된 연출이 이뤄졌습니다.
두번째 총성은 동독과 서독 사이를 지하철로 지나는 밤에 보입니다. 장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총으로 쏘고 결국 죽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하철에서 도노반은 두눈으로 똑똑히 보게 되죠. 당시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치이며, 잡힌 프레데릭이 풀려나지 않으면 받을 처우들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모두 도노반이 동독, 서독을 오가며 포로 맞교환 협상을 하게 되는, 그리고 프레데릭도 함께 구출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러한 계기가 된 사건들에 대해서 재미있는 부연설명을 덧붙이자면, 영화에서는 단 몇발만의 미사일 폭발로 기체가 손상을 입어 추락하는 모습이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S-75 Dvina 'Duideline' 지대공 미사일이 무려 파워스가 탄 U2 정찰 비행기를 향해 13개나 발사되었었습니다. 거기에 미그기까지 격추를 위해 출동했었죠. 실제로는 미그기 한대가 그 발사된 미사일에 격추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이 있었음에도 영화에서는 단 몇발로 기체가 파손된 모습을 연출한 것은 영화 속 잔잔한 흐름적 톤앤 매너를 유지하기 위한 제작진의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장벽을 넘어가는 장면또한 프레데릭의 잡힌 상황을 더욱 더 위험함이 도사리고 있는 동독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치로 나오지만, 사실 프레데릭이 당시 실제로 장벽에서 잡힌 이유는 무작정 사실만을 보여주기는 다소 힘들었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가족까지 장벽이 만들어지기 전에 함께 탈출하기 위해 용기를 내고 들어간 장면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프레데릭이 빌려간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기 위해 들어갔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라기보단... 그대로 영화에 연출했다면 관객들이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제작진은 생각했을거로 보여집니다. 관객의 영화 몰입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성없는 전쟁터에서 '우뚝 선 남자' 2명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2명은 뭐니뭐니 해도 제임스 도노반과 루돌프 아벨입니다. 이 영화에서 둘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신념' 입니다. 그들은 냉전이라는 20세기 역사상 2차 세계대전이후 전례없는 초 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의 첨예한 대립 사이에서 위기에 봉착했을때 그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말을 소신것 잘 하는 신념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루돌프 아벨은 국민 정서상 사형을 내리라는 강렬한 목소리들이 있었고, 이는 판사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시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그를 변론한 도노반의 변호내용은 참으로 깊이있습니다.
" 전 피고를 잘 압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자신의 정부에 충성했던 것이고 적국의 군인이라면 훌륭한 군인입니다. 살겠다고 전장을 도망치지 않았고 자길 생포한 국가에 협력하길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켰습니다. 겁쟁이처럼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살고 싶어서 전장에서 도망치는 겁쟁이와 루돌프 아벨은 다릅니다."
"그런 그에게 우리나라를 위대하게 만드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것이 냉전을 치르는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 아닙니까? 그가 지킨 신념을 우린 지키지 않을 겁니까?"
그가 단순한 냉전시대 적국의 스파이로써만 본 국민과 세간과는 다른, 그의 신념과 충직함을 알렸고, 그것의 지고한 가치를 말했으며, 그런 가치를 지닌 그에게 더 큰 자국의 가치를 주는것이 옳지 않겠느냐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숭고한 이념, 가치를 생각토록 합니다.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서, 그가 지킨 신념을 우린 지키지 않을 것이냐는 쇄기를 박는 성찰의 말을 던집니다. 총과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터는 아니지만, 그의 변호는 세간과 두 남자의 전쟁터 속에서 강력한 무기로 이미 전쟁터를 이기고, 살아남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142분이라는 런닝타임이 영화를 보기전에는 선뜻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2시간 20분 영화면 40분만 더하면 반지의 제왕 1편 런닝타임과 같아질 정도로 짧지 않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2시간 20분동안 특유의 서스펜스를 아주 잔잔하게 풀어내서 관객들이 142분 영화를 보는동안 크게 지루해지는 포인트조차 느끼기 힘들정도로 잘 만든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돌이켜보니 앞서 소개드린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도 이 영화처럼 2015년에 개봉했습니다. 전쟁터 속에서 감독 특유의 표현방식으로 크나큰 총성없이 특유의 서스펜스로 개성있는 스토리를 푸는 명작이 모두 2015년에 개봉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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