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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음식과 맞바꾼 이야기와 책
영화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중의 어느 유럽 국가의 도로 위를 달리는 독일군 군용 트럭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질(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는 유태인이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독일군에게 잡혀 트럭으로 정체불명의 행선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숨죽이며 정체불명의 행선지로 가는 트럭속에서 긴장하고 있던 그때, 옆자리의 남자가 혹시 먹을것을 가지고 있는지 질에게 물어봅니다. 질이 약간의 샌드위치가 있는것을 알자 남자는 질에게 어느 한권의 책을 페르시아어 책이라고 소개하며 제발 샌드위치와 바꾸어 달라고 간청합니다. 이에 질은 샌드위치를 그에게 주며 약간의 페르시아어의 지식과 책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 쓸모없어 보이던 것은 그를 죽음에서 살게해준 이유가 됩니다.
트럭이 이후 내리게한 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즉결 처형되던 곳이었습니다. 트럭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은 그자리에서 총살당해 죽었습니다. 남들보다 일찍 쓰러져 죽은척을 한 질은 다시금 눈치챈 군인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자신이 유태인이 아니고 페르시아인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이 전쟁통 속에서 페르시아인을 부하들에게 찾아오라고 지시하던 독일군 대위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리스로 가서 음식점을 차리는 것을 꿈으로 삼았던 코흐 대위는 부하들에게 포상을 약속하며 페르시아인을 색출하라고 명령을 내렸고, 그 부하들이 마침 자신을 페르시아인이라고 말하는 질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수용소에서 한 남자가 한 언어를 만들어야 했던 이유
하지만 유태인을 즉결처형하는 혼란속 분위기 안에서 아무나 살기위해 자신이 페르시아인이라고 거짓말을 할 수는 있습니다. 현장에서 군인들도 질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수용소로 끌려가 코흐 대위를 만났을때도, 대위는 여러가지 시험을 하며 질을 의심, 추궁합니다. 질은 거기서 순간순간 침착하게 임기응변으로 코흐 대위를 설득합니다. 자칫하면 페르시아어를 읽으라고 할 수 있기때문에, 질은 자신의 아버지가 페르시아인이고 어머니가 벨기에인이었으나 일상대화로만 페르시아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집요한 코흐 대위는 문장 하나만 말해보라고 하고, 질은 그자리에서 아무 말을 하고는 시라고 속입니다. 그리고 앞서 트럭에서 샌드위치와 바꾼 책에 적힌 이름인 '레자'이 그의 이름이 됩니다.
전쟁이 끝나면 원래 요리사가 직업이었던 코흐 대위는 테헤란으로 가서 독일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을 차리는 것이 꿈이었기에, 전쟁 기간동안 페르시아어를 배우려는 목표가 있었고, 그런 그에게 '레자'는 더없이 좋은 페르시아어 수업을 줄 인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몇번을 운좋게 단어를 즉석에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언어'를 흉내내는것은 정말로 탄로나기 쉬운 거짓말임이 명백했기에, 레자는 어떻게든 코흐 대위가 '페르시아어'라고 여길 가상의 언어를 체계적으로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이때 주방일이 끝나고 장부처리를 하며 발견한 수용소 포로 명단에서 명단의 앞글자만 일부 남기고 가려보면 꽤 그럴듯한 단어가 된다는 점을 깨달은 레자는 이 방법을 사용해서 가상의 '페르시아어'를 본격적으로 체계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체계적으로 코흐 대위에게 '페르시아어'를 가르친 레자는 점점 코흐의 신뢰를 얻고, 코흐 대위는 그에게 사식을 챙겨주거나 둘이 있을때는 대위 대신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며 수용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게 됩니다. 그런 대접, 대우를 받는 레자는 그러나 자만하지 않고 수용소 안에 있는 사람들을 인도주의적으로 돕습니다.
이전과 다른 수용소 안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
본 영화는 볼프강 콜하제가 집필한 소설인 '언어의 발명(Erfindung Einer Sprache)'이 기반이 되었습니다. 처음과 끝이라는 서사가 명확하게 사전에 완성이 되었기에, 영화에는 다양한 인물 구도와 그들이 가진 스토리들이 유기적으로 레자와 코흐 대위 간 이루어진 '페르시아어 수업'에 대해 연관되도록 유연한 스토리텔링을 펼칩니다. 때문에 영화 내에 레자의 심적인 부담감, 암담함을 그림과 동시에 코흐 대위가 자신의 부대, 상관, 부하들에게 갖는 여러가지 상황별 생각, 부하들의 생각들까지 단편적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영화는 자세한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영화들과는 큰 특이점으로, 이 영화에는 수용소 내의 남녀 독일군들의 상호관계도 유의미한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 군인이었던 엘자와 막스 간의 이야기는 레자와 코흐의 이야기에 유의미한 연결점이 있었으며, 그들의 서사로 인해 다른 인물들이 직, 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게 되고, 이는 다시금 레자와 코흐 대위의 관계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동안 2차 세계대전에서 유태인 수용소의 이야기에는 항상 유태인과 유태인, 유태인과 카포 간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었었다면, 본 영화 내에서는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 한 유태인이 독일군 장교와 비정상적인 관계를 갖는 것을 보고 독일 남여 군인들이 느낀 것 또한 스토리에 녹여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독일군인들이 아무리 어떤 서사를 풀어낸다한들, 수용소 안에서 레자 곁에 함께 살다 때론 1명, 때론 전부 죽는 것은 레자와 함께 있던 수용소 사람들이었습니다. 레자는 그러한 막대한 상실감을 주는 환경속에서, 언제 들킬지도 모르는 '페르시아어 수업'을 목숨걸고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 그러한 암울한 시기를 홀로 이겨내 2,840명의 자신의 곁에서 죽은 영혼들의 이름을 연합군 조사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장면의 극적인 효과는 배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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